1. 지속 가능성의 실험장 – 무엑커른의 시작과 철학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에 위치한 **무엑커른(Mueckern)**은 인구 4천 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전 세계 생태도시운동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도시의 생태적 전환은 단순한 환경보호 차원을 넘어서, 지역 공동체 중심의 지속 가능한 도시운영 철학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무엑커른은 1990년대부터 에너지 자립, 지역경제 강화, 생태 기반 건축, 녹색 교통 정책 등을 도입하며 유럽 내 생태도시 모델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특히 시민들이 직접 도시 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이 특징적인데, 이는 단순한 환경정책 수용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꾸는 움직임으로 발전하였다.
이곳의 목표는 단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목적은 사람과 자연, 공동체가 조화를 이루는 삶의 구조를 회복하는 것이다.
무엑커른이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모든 변화가 '위에서 강제하는 정책'이 아닌, '시민 주도형 실천'**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 같은 자발적 생태도시운영은 ‘지속 가능한 도시의 미래 모델’로 각광받고 있으며, 슬로시티 운동과도 밀접한 철학적 유사성을 지닌다.
2. 에너지 자립 도시 – 무엑커른의 친환경 인프라 구축
무엑커른이 생태도시로 불리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자립형 에너지 시스템이다. 이 도시는 지역 내 태양광, 바이오매스, 풍력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전력과 난방의 자급자족을 실현하고 있다.
무엑커른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약 70% 이상이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충당되고 있으며, 주택과 공공시설은 고단열 설비와 패시브하우스 기준에 따라 설계되어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인다. 특히 마을에는 지역민 소유의 바이오매스 플랜트가 운영되며, 주민들은 자신의 소비뿐 아니라 마을 전체를 위한 에너지 생산에 주체적으로 참여한다.
더 나아가 전기차와 자전거 중심의 교통 정책, 지역 내 이동 경로의 보행자 중심 설계 등은 도시의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자동차보다는 ‘도보 생활권’과 ‘지속 가능한 이동 수단’ 중심의 도시 운영 철학이 실현된 사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무엑커른은 독일 환경부와 유럽연합으로부터 **‘에너지 자립 마을(Energy-Self-Sufficient Village)’**로 인증받았으며, 다양한 국제 생태도시 워크숍의 모델 도시로도 주목받고 있다.
3. 지역 경제와 공동체 회복 – 순환형 지역경제 실현
무엑커른의 생태 도시운영은 환경만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공동체의 회복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 이는 생태적인 삶의 구조가 단지 기술적 접근이 아니라, 사람 간 관계와 사회적 연결망의 회복을 통해 완성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이 도시는 지역 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지역민의 고용과 소비를 촉진하는 순환형 지역경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예를 들어, 농산물은 지역 내 농장에서 직접 생산하고, 이를 지역 학교나 식당에서 소비하는 구조를 통해 **식품 이동 거리(Food Miles)**를 줄인다. 동시에 지역 화폐 시스템을 실험하여 대형 유통 자본의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도 시도되었다.
또한 마을 내 공동체 텃밭, 공유 공방, 협동조합 운영 상점 등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주민들이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는 문화 프로그램이나 환경 교육은 공동체 중심의 삶을 재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엑커른은 단순히 ‘친환경 도시’가 아니라,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공동체를 강화하는 도시로 기능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지속 가능성이다.
4. 생태도시에서 슬로시티로 – 세계 도시들의 벤치마킹 대상
무엑커른의 도시 운영 철학은 슬로시티 운동과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느림, 지역성, 자립성, 공동체 중심이라는 키워드는 슬로시티와 생태도시 모두에서 핵심 개념이다. 실제로 무엑커른은 슬로시티 인증은 받지 않았지만, 슬로시티 운동의 정신을 실천한 도시로 종종 인용된다.
이 도시의 사례는 전 세계의 지방정부와 도시계획 전문가들에게 중요한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생태마을이나 슬로시티를 계획하는 지자체들이 무엑커른을 방문해 에너지 자립 모델과 공동체 운영 방식을 직접 학습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무엑커른은 기술적 해결책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될 수 없으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주체적으로 도시를 이끌어갈 때 비로소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슬로시티가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며 느린 삶을 지향한다면, 무엑커른은 생태와 공동체 중심의 구체적 실천을 통해 도시의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이다.
이제는 도시도 속도를 늦춰야 할 때다. 무엑커른은 우리에게 그 방법을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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