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슬로시티

청송, 담양, 장흥… 한국형 슬로시티가 가는 길

1. 청송 슬로시티 – 자연 그대로를 담은 유네스코 마을

경상북도 청송군은 2011년 슬로시티로 인증받은 이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며 독자적인 느림의 도시로 자리매김해왔다. 청송은 특히 주왕산 국립공원과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대표되는 풍부한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슬로시티의 방향성을 설정했다.

청송이 슬로시티로 인정받은 이유는 무엇보다 과도한 개발 대신 보존을 택한 지역정책 덕분이다. 농촌형 슬로시티로서, 청송은 전통 한옥 체험, 사과 농장 체험, 약수터 탐방 같은 저강도 자연친화적 관광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역 주민들의 협동조합과 마을 공동체가 있다.

또한 청송은 슬로푸드 운동과 밀접한 연계도 눈에 띈다. 지역 특산물인 청송사과는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슬로푸드 가치를 담은 농업문화 콘텐츠로 발전 중이다. 슬로시티의 기준 중 하나인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모델로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청송, 담양, 장흥… 한국형 슬로시티가 가는 길

 

2. 담양 슬로시티 – 대나무 숲의 철학과 도시 재생

전라남도 담양군은 2007년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 그 상징적인 시작은 단순한 ‘느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통 생태와 현대 도시정책의 만남이었다. 특히 죽녹원, 메타세쿼이아길, 대나무 공예 산업은 담양 슬로시티의 대표 키워드다.

담양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공원처럼 만들겠다”는 철학 아래 도시계획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해왔다. 대나무를 활용한 공공 디자인, 친수공간 정비, 느린마을 만들기 운동은 지속가능한 도시환경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다. 슬로시티의 핵심 가치인 전통 계승과 현대적 해석이 공존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담양은 슬로라이프 국제포럼을 개최하며 세계 슬로시티 운동의 중심지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 포럼은 슬로시티의 가치와 철학을 단지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국제적인 담론으로 확장하는 시도였으며, 그 중심에는 지역 주민과 행정, 전문가가 함께 만들어낸 협력 모델이 있었다.

 

3. 장흥 슬로시티 – 치유와 예술이 공존하는 생태마을

전라남도 장흥군 유치면은 2012년 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타 슬로시티와 비교해도 독특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치유’와 ‘예술’의 융합이다. 유치면은 예로부터 온천이 유명하고, 삼산천과 천관산이 어우러진 자연 치유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장흥의 슬로시티 정책은 생태관광과 예술 마을 프로젝트를 융합하여 전개된다. 지역 내에는 예술가 레지던스, 슬로갤러리, 도예 체험 공간 등이 있으며, 이는 단순 관광을 넘어 문화적 소비와 정서적 치유를 함께 추구하는 콘텐츠다.

또한 유치면은 농업, 자연, 지역예술가의 삶을 연결하는 시도를 통해, 느린 삶이 결코 불편한 것이 아니라 ‘풍요롭고 인간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슬로시티 치유 마을’이라는 브랜드 전략은 지역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며 차별화를 이뤄내고 있다.

 

4. 한국형 슬로시티의 미래 – 지역성과 세계 철학의 조화

청송, 담양, 장흥이 보여준 슬로시티 모델은 단순한 도시 마케팅을 넘어서, 한국형 슬로시티의 독창적인 길을 제시하고 있다. 슬로시티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철학이지만, 한국에서는 전통 마을, 농촌 문화, 공동체 중심의 생활방식과 접목되며 더욱 풍부한 색깔을 드러낸다.

그러나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슬로시티 인증 이후 몇몇 지역에서는 인증 유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실질적 실행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한국형 슬로시티는 관광 중심의 모델에서 벗어나, 교육, 복지, 청년 일자리, 지역주민의 삶의 질까지 포괄하는 지속 가능성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 많다. 이에 슬로시티는 단순히 느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청송의 자연 보존, 담양의 도시 재생, 장흥의 문화 치유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슬로시티를 구현하는 도시들의 시도는 앞으로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