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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슬로시티 인증의 장단점: 지방정부 입장에서 본 현실

1. 도시 브랜딩 효과 – 지방정부의 이미지 혁신 수단

슬로시티 인증은 지방정부가 자치단체 차원에서 도시의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슬로시티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도시 철학의 인증 마크로서 지역의 정체성과 비전을 상징한다. 특히 경쟁력 있는 도시 브랜딩이 필요한 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에서는 이 인증이 외부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유일한 문화적 전략이 되기도 한다.

지방정부 입장에서 보면, 슬로시티 인증을 통해 관광객 유입 증대, 전통문화 자산의 재조명, 주민의 자긍심 고취라는 세 가지 이점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 담양군은 슬로시티 인증 이후 대나무길, 슬로푸드 축제, 생태 마을 조성 등을 통해 도시의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이런 사례는 도시의 전반적인 외부 인식 개선뿐 아니라 정부 공모사업이나 국비 지원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실익을 제공한다.

슬로시티 인증의 장단점: 지방정부 입장에서 본 현실

 

2. 지속 가능한 정책 구조 – 행정의 방향성을 정비하다

슬로시티 인증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지방행정 전반에 지속가능성을 내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슬로시티 인증 기준은 환경, 지역경제, 문화보존, 주민 삶의 질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자치단체의 정책 방향을 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된다.

예를 들어, 인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는 자치 조례 정비, 친환경 교통 인프라 확충, 공공시설 개선, 시민 참여 촉진 등의 노력을 하게 된다. 이 과정 자체가 이미 행정 효율성과 시민 신뢰도를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또한, 슬로시티 인증은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훈련의 장이 되며, 부서 간 협업이 강화되고, 관 주도의 일방적 행정에서 시민참여형 행정으로의 전환을 촉진한다. 이는 단순한 도시 타이틀을 넘어, 행정 구조 자체의 ‘속도’를 늦추고, 보다 사람 중심적·환경 친화적 운영방식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3. 운영 부담과 한계 – 인증 유지에 필요한 행정력과 재정

그러나 슬로시티 인증은 지방정부에게 단순한 명예가 아닌 지속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증을 받고 나서 2~3년 후 성과를 유지하지 못해 인증이 유예되거나 취소된 도시도 존재한다. 그 이유는 대부분 행정력 부족, 예산 한계, 주민 인식 저조 등이다.

슬로시티 인증을 유지하려면 매년 활동 보고서를 제출하고, 현장 실사와 추가 이행 요구에 응해야 한다. 이는 적잖은 행정 인력과 예산을 장기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소규모 지자체의 경우, 기존에 인력이나 시스템이 여유롭지 않아 슬로시티 전담 조직 구성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또한 슬로시티라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성격이 강해, 지역주민이나 타 부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반대 목소리가 생기기도 한다. “관광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다”거나 “환경 정책이 경제 성장과 충돌한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슬로시티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균형을 요구하는 행정 전략이므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방정부의 정책 리더십과 일관된 행정 운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4. 기회와 과제 – 슬로시티를 행정 혁신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슬로시티 인증은 분명히 지방정부에게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과거에는 도시가 빠르게 성장하고,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삶의 질과 환경 중심의 도시 운영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슬로시티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부합하는 대안적 도시 철학이다.

하지만 이 철학을 단순히 형식적인 ‘도시 브랜드’로만 사용할 경우, 지속 가능성과 시민의 체감도는 급속히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슬로시티는 지방정부 입장에서 단순 인증이 아닌, 행정 전반의 혁신 플랫폼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슬로시티와 스마트시티 개념을 융합하여 ‘느림 속의 효율’을 추구하거나, 마을 공동체 활성화와 연계한 주민주도형 사업 모델을 병행하는 등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슬로시티는 행정의 방향성과 시민의 삶, 그리고 도시의 미래를 연결하는 장기 전략이다. 지방정부가 이 인증을 단순히 취득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지역의 정체성과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통합적 행정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면, 이는 곧 도시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