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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슬로시티 거주 경험기: 실제 주민의 삶

1. 느린 일상: 자연과 함께하는 하루

키워드: 슬로시티 일상, 자연과의 공존, 주민 생활

슬로시티로 지정된 전남 신안군 증도로 이주한 지 2년이 흘렀다. 처음엔 도심을 떠나 자연으로 간다는 생각에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지만 지금은 이곳의 ‘느림’에 깊이 익숙해졌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자명종 대신 갈매기 울음소리와 바람 소리에 눈이 떠진다. 집 앞 갯벌을 산책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채소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로 식사를 준비하는 삶은 도시에서 상상조차 못 했던 풍경이다.

슬로시티에 산다는 것은 단순히 ‘천천히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사는 삶, 그리고 무심코 흘려보내던 순간들에 가치를 두는 삶을 의미한다.
매일 빠르게 돌아가던 도시 생활과는 달리, 이곳에선 일의 우선순위보다 가족과의 식사, 계절의 변화, 이웃과의 인사가 먼저다.
이런 작은 것들이 쌓여 일상 자체가 특별해지는 경험이 바로 슬로시티의 매력이다.

슬로시티 거주 경험기: 실제 주민의 삶

 

2. 공동체의 회복: 이웃과 함께하는 삶

키워드: 공동체, 이웃 관계, 사회적 유대감

슬로시티에 살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다. 도시에서는 아파트 바로 옆집 사람의 이름도 모르고 몇 년을 살았지만, 이곳에서는 누구나 내 가족처럼 느껴진다.
시장에 가면 상인들과 안부를 주고받고, 어르신들이 계절마다 김장김치나 직접 담근 장을 나눠준다.
이웃의 삶을 알고 함께 나누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따뜻하고 안심되는 일인지 이곳에서 체감하게 되었다.

슬로시티 주민으로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같이 해요”라는 표현이다. 마을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은 대부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 중심의 활동으로 이뤄진다.
쓰레기 줍기, 마을 행사, 작은 축제까지도 모두가 함께 손을 보태며 만들어낸다.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는 마을, 그것이 슬로시티의 진정한 가치다.

 

3. 소비에서 자급으로: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

키워드: 자급자족, 슬로푸드, 지속가능한 생활

도시에선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했다. 식사도, 교통도, 여가도 철저히 비용을 중심으로 움직였지만, 슬로시티에 살면서 삶의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
이곳에서는 계절마다 나는 제철 채소로 요리하고, 이웃과 물건을 나누고, 자가용 대신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움직인다.
마트보다 시장, 프랜차이즈보다 이웃 식당, 그리고 포장된 음식보다 직접 기른 식재료로 차린 식사가 더 자연스러워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소비의 주체’에서 ‘생산의 주체’로의 전환이다. 작은 텃밭이 주는 기쁨, 직접 담근 된장과 고추장의 깊은 맛, 그리고 손수 만든 천연비누 같은 물건들이 삶에 풍요로움을 더해준다.
이 모든 것들이 환경에도, 경제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
슬로시티는 단지 여행지가 아니라, 살면서 생태적 전환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4. 도전과 적응: 슬로시티가 주는 배움

키워드: 도시 탈출, 라이프스타일 전환, 삶의 배움

물론 모든 것이 이상적이지만은 않다. 처음에는 불편한 점도 많았다. 버스가 하루 몇 번뿐이라 이동이 쉽지 않았고, 대형마트도 없으며, 인터넷도 도시보다 느리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 덕분에 자연스럽게 ‘있어야 할 것’보다 ‘정말 필요한 것’을 구별하는 능력이 생겼다.
빠르게 처리해야 할 일이 줄어든 대신, 집중력 있게 하나씩 해결해가는 습관도 생겼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슬로시티에 살면서 삶의 기준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경쟁 대신 협력, 속도 대신 관계, 소비 대신 가치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아이들도 스마트폰 대신 마을에서 뛰놀며 자연과 친해졌고, 가족 간의 대화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 모든 변화는 ‘슬로시티’라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삶의 철학과 태도 변화를 의미한다.